이랜드, 동대문 시스템으로 중국 유통 시장 공략서울 동대문에서 시작된 초스피드 생산 시스템, 중국 상하이에서 새로운 도약
이랜드가 서울 동대문에서 시작된 혁신적인 생산 시스템을 중국 시장에 도입하며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의 이랜드 스피드 오피스에서는 재봉틀이 끊임없이 돌아가며 패션 아이템을 빠르게 생산하고 있다. 전통적인 패션 업계가 6개월에서 1년 뒤에 팔릴 상품을 기획하고 대량 생산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단 2일 만에 매장에 진열될 제품을 제작한다. 이른바 ‘2일 5일’ 시스템은 소규모 물량을 2일 내에 생산해 매장에 진열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분석한 후 5일 안에 대규모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1960년대부터 디자인, 생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동대문 방식을 채택한 결과다.
최근 이랜드는 이러한 동대문 시스템을 중국에 도입하여 직접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상하이 중심부에 동대문에서 가져온 원부자재로 가득 찬 ‘미니 동대문’을 설립하고, 현지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랜드는 한국에서 성공한 2일 5일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중국에서는 ‘10시간 7시간’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생산에서 온라인몰 게시까지 10시간, 그로부터 7시간 내에 상하이 매장에 전시하는 초고속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랜드의 2일 5일 시스템은 2022년에 시작됐다. 국내 생산 업체 두 곳과 협력하여 생산 오피스를 설립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소량 생산된 상품을 스파오 강남, 영등포, 홍대, 명동 등 주요 매장에 전시하고 고객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여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주말 동안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면 해당 상품이 얼마나 판매될지 예측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무재고 비즈니스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가 2일 5일 시스템을 중국에 도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12년 중국 정부로부터 50년 사용 조건으로 매입한 상하이 땅에 지난해 말 준공한 산업단지(E-이노베이션 밸리) 덕분이다. 이랜드는 2주에 한 번씩 동대문에서 원부자재를 항공 직송으로 상하이 산업단지로 보낸다. 이렇게 보내진 동대문의 원부자재는 산업단지 내 이랜드 상하이 사무실에 전시된다. 이랜드가 ‘미니 동대문’이라고 부르는 공간이다.
이랜드는 이어 산업단지 내 공장에서 동대문 원부자재로 소량 의류를 제작한다. 의류를 제작하고 촬영해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데까지 10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로부터 7시간 이내에 상하이 E-이노베이션 밸리 인근의 매장에 제품이 전시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도보로 3분 이내에 사무실, 공장, 스튜디오, 물류 시스템이 몰려 있기 때문에 초스피드 공정이 가능하다”며 “고객 니즈와 트렌드를 바로 확인해 생산에 반영함으로써 재고를 줄이고 매출과 수익을 동시에 증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가 동대문 방식을 중국에 도입한 이유는 동대문 시스템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 패션 시장이 예전보다 성장한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동대문의 원부자재는 트렌드와 품질에서 앞서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동대문 시스템을 통해 중국에서 매주 20개 스타일의 의류 1만 장을 생산해 소비자 반응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2일 5일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10시간 7시간 시스템도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곧장 대규모 생산으로 이어진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에서 판매 중인 여성복 브랜드 이랜드의 스웨터, 셔츠, 원피스와 아동복 브랜드 포인포, 이키즈의 티셔츠, 맨투맨을 생산하고 있다”며 “동대문 시스템을 통해 중국 고객들과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작년 중국에서 1조316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중국에서 경쟁력을 갖춘 드문 국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랜드는 올해 1조6250억 원, 내년 2조 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이랜드차이나 매출이 이랜드한국 매출을 초과할 전망이다. (조선일보 석남주 기자의 '상하이, 동대문을 입다'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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